밀가루 담합, 결국 칼이 들어갔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게 왜 중요한가

생활꿀팁

밀가루는 그냥 원가가 아니다

장사해보면 안다. 밀가루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빵, 라면, 국수, 과자, 튀김옷까지 다 연결된 생활 물가의 출발점이다. 원가가 흔들리면 식당은 메뉴판을 못 지키고, 제과점은 마진이 무너지고, 소매업자는 소비자 불만을 정면으로 맞는다. 그래서 이번 밀가루 담합 사건은 업계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동네 가게 사장들까지 건드린 일로 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제분사의 담합을 적발하고 총 6천71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숫자만 보면 거대한 사건인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의미는 더 단순하다. 원가를 올릴 수 있으면 올리고, 내릴 땐 늦게 내린다는 식의 장사가 실제로 벌어졌다는 얘기다. 이게 시장인가 싶을 정도다.

6년 동안 이어진 짬짜미, 시장점유율이 문제였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곳은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사다. 공정위 설명을 보면 이들이 국내 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80% 후반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시장이 이렇게 몰려 있으면 가격 경쟁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 장사판에서도 비슷하다. 몇몇이 물건값을 사실상 쥐고 있으면, 뒤늦게 끼어든 사람은 버티기 힘들다.

공정위는 이들이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을 맞춰온 것으로 봤다. 대형 수요처를 상대로 한 공급가격과 물량 합의가 수십 차례 있었고, 전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가격 담합도 이어졌다고 한다. 대표자급이 큰 틀을 정하고 실무자급이 세부 내용을 맞추는 방식이었다니, 이건 우발적 실수로 보기 어렵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 걸 볼 때마다 “한 번 걸리고도 또 했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2006년에도 제재를 받았던 업계가 다시 같은 방식으로 움직였다면, 그건 처벌이 약했거나, 아니면 들켜도 감당할 만하다고 봤다는 얘기다. 둘 다 시장 질서를 망가뜨리는 쪽이다.

가격은 빨리 올리고, 내릴 땐 늦춘다

이 사건이 더 화나는 이유는 가격 움직임이 너무 노골적이었기 때문이다. 원맥은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는데, 시세가 오를 때는 그 부담을 재빨리 밀가루 가격에 반영하고, 시세가 내려갈 때는 천천히 반영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익숙한 패턴이다. 재료비 오를 때는 하루가 급하고, 내려갈 때는 “시장 상황을 좀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소비자만 계속 당한다.

공정위가 밝힌 수치도 뚜렷하다. 담합이 시작된 시점과 비교해 몇 년 뒤에는 제분사별로 밀가루 판매가격이 최소 38%에서 최대 74%까지 올라 있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원가 반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담합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안, 빵집과 라면업체, 과자업체는 결국 더 비싸게 원재료를 사야 했고, 그 부담은 소비자 가격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물가가 오르면 다들 “왜 이렇게 비싸졌냐”고 하지만, 이런 구조를 보면 답은 꽤 분명하다.

📊 밀가루 가격 상승 폭

최소 상승폭 ■■■■■■■■■■■■■■ 38%
최대 상승폭 ■■■■■■■■■■■■■■■■■■■■■■■■■■■■■■■■■■■■■■■■■■ 74%

과징금이 역대 최대인 이유, 숫자만 큰 게 아니다

이번 과징금은 총 6천710억 원대다.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라고 한다. 공정위가 관련매출액을 약 5조6900억 원 수준으로 본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영향 범위가 넓고, 반복성까지 확인되니 공정위 입장에서는 강하게 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법상 담합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업체별로 보면 사조동아원이 가장 큰 과징금을 받았고, 다른 대형사들도 천억 원대 과징금을 피하지 못했다. 사실 이런 숫자만 보면 “기업들끼리 알아서 벌고 알아서 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야 한다. 결국 기업의 비용은 가격에 녹고, 그 가격은 소비자가 낸다. 이건 회계장부가 아니라 생활비 문제다.

공정위는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도 검토하거나 부과했다. 쉽게 말해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다시 정상 수준으로 재산정하게 만드는 조치다. 밀가루는 생활 필수품에 가까운 원재료라 이런 명령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 2006년 사례 이후 오랜만에 다시 꺼낸 카드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는 실효적인 행위가 필요하다.”

왜 공정위가 이번엔 유독 빠르게 움직였나

이번 사건은 조사 속도도 이례적이었다. 담합 사건은 보통 오래 끄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공정위는 조사 착수 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심사보고서까지 올렸고, 전원회의 심의 절차도 빠르게 진행했다. 정부가 민생 침해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나선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는 이런 대목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을 흔드는 담합은 적발보다 억제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번에 담합 가담 임직원들에 대한 고발도 이미 진행했다. 기업만 때리는 게 아니라 개인 책임도 묻겠다는 신호다. 장사판에서도 책임이 흐려지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사장 한 사람이 아니라 실무자까지 “어차피 회사 일”이라고 넘기면, 나중엔 누가 잘못했는지 흐려진다. 공정위가 그 부분을 끊어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더구나 이 기간에는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보조금을 지원한 시기도 겹쳐 있었다. 그럼에도 담합이 계속됐다면, 이건 단순한 편법이 아니라 사실상 제도 무시라고 봐야 한다. 세금이 들어간 안정 장치가 있어도 가격을 맞춰 올렸다면, 그 피해는 국민이 이중으로 떠안는 셈이다.

밀가루가 오르면 식당부터 흔들린다

밀가루값이 오르면 제일 먼저 체감하는 곳은 현장이다. 빵집은 제품 가격을 바로 못 올리면 마진이 사라지고, 국수집과 분식집은 재료비 압박을 맞는다. 라면이나 과자처럼 대량 생산하는 업종도 원가 부담이 커진다.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가 내고, 자영업자는 “왜 이렇게 비싸졌냐”는 말을 듣는다. 이게 현실이다.

이번 사건이 무서운 건, 단순히 몇몇 회사의 위법행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점유율이 높고, 원재료가 생활 전반에 퍼져 있으면 담합의 충격은 넓게 번진다. 그래서 공정위가 가격 변경 내역을 일정 기간 보고받겠다고 한 것도 이해가 간다. 한번 손댄 가격 구조는 그냥 두면 다시 틀어지기 쉽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사건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다. 원가가 왜 올랐는지, 누가 올렸는지, 왜 내려갈 땐 늦었는지를 알아야 다음 가격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결국 시장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그 숫자를 흔드는 건 사람이다. 이번 밀가루 담합 사건은 그 사실을 아주 거칠게 보여준 사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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